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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4월10일 chosun.com]나무 심고 꽃 가꿔 훌쩍 컸다,庭園의 도시 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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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20-05-07 14:34  조회 : 2,484회 
나무 심고 꽃 가꿔 훌쩍 컸다, 庭園의 도시 순천


[뜬 곳, 뜨는 곳] 순천의 庭園은 계속 자란다
111만㎡에 정원 종류만 55가지
年 방문객 400만명, 수입 100억… 6년만에 가치 24배 늘어 6조원
3년내 5분 거리마다 정원 조성


산책하던 사람들은 튤립·철쭉·라넌큘러스·루피너스·목마가렛·수선화가 활짝 핀 정원에서 걸음을 떼지 못했다. 마스크를 벗고 잠시 꽃향기를 맡고 있었다. 아이 둘과 나들이 온 김선화(42·순천 조례동)씨는 "집에만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봄다운 봄을 선물하고 싶었다"며 "드넓은 정원에 오니 막혔던 숨통이 확 트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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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인 전남 순천시 순천만국가정원 호수정원 주위에 봄꽃이 무리져 있다. 정원을 둘러싸고 흐르는 동천은 4.5㎞ 떨어진 순천만을 향해 흐른다. 이곳 외에도 세계정원 13곳 등 개성 있는 정원 55곳이 시민을 맞는다. /김영근 기자


지난 1일 전남 순천의 순천만국가정원의 야외 풍경이다. 코로나가 덮친 평일인데도 3000여명이 국가정원을 방문했다. 주말 하루 평균 방문객은 7000여명이다.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인 순천만국가정원은 면적 111만㎡에 나무 460종 89만 그루, 다양한 봄꽃 23만 뿌리가 심어져 있었다. 영국·미국·일본 등 13개 세계 정원을 포함한 아기자기한 정원 55개가 있다. 순천시는 코로나 확산으로 지난 2월 25일부터 국가정원 내 실내 시설은 폐쇄했으나 야외 정원 전체 공간은 외부에 유료로 공개하고 있다.

원조 국가정원을 보유한 순천은 '정원의 도시'다. 걸어서 5분마다 도서관을 갖춘 순천은 '도서관 도시'에서 2005년부터 순천만이 유명세를 타면서 '생태 도시'로 변모했다. 그러다 '정원의 도시'로 옷을 다시 갈아입은 것이다. 이기정 순천시 국가정원운영과장은 "유럽은 대자연 관광에서 정원을 체험하는 가든투어리즘으로 관광 추세가 바뀌었다"며 "순천은 정원관광으로 국내 관광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년 개최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가 순천을 정원의 도시로 만들었다. 국가정원 조성 전만 해도 지역에선 "나무 심고, 꽃 심는다고 돈이 나오느냐" "행사 끝나고 수목과 화초류 관리하느라 혈세만 낭비할 게 뻔하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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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국가정원 내에 만들어진 네덜란드 정원. /김영근 기자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환경 보전과 경제 발전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천재일우(千載一遇)였다. 6개월 동안 440만명을 불러모은 정원박람회는 지역에 돈을 흐르게 했고, 국내 정원문화 확산의 기폭제와 정원산업 발전의 기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원박람회 부지인 국가정원은 순천의 재정을 돕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해마다 400만명 이상이 국가정원을 찾는다. 연간 운영비 127억원 중 40억원을 국비로 충당하는 상황에서 입장료 등 연간 수입은 1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25%에 그친 순천시의 열악한 재정자립도를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입이다. 특히 박람회를 치렀던 국가정원의 가치는 2013년 2455억원에서 2019년 6조1007억원으로 6년 만에 무려 24배가 늘었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에는 정원이 법률적 개념으로 정립돼 있지 않았다.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이후 순천시가 주도해 수목원 조성법을 수목원·정원법으로 개정하면서 정원이 법적인 지위를 얻었다. 요즘 전국 지자체는 앞다퉈 순천을 벤치마킹하며 국가정원 지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7월 울산 태화강 수변 생태공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전남 장성 등 전국 15개 지자체가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 중이다.

15개 순천 전체 화훼 농가는 국가정원에 지속적으로 꽃을 납품하며 자생력을 키우고 있다. 올해 국가정원에 연출하는 화초류 73만 뿌리 중 지역 농가가 35만 뿌리(48%)를 담당한다. 순천시는 내년 봄 지역 농가의 납품 비중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수협의 위판장 같은 기능을 하는 조경수·화훼판매장은 내년 말 완성한다.
순천은 2023년까지 도심 전역에 생활정원을 조성한다. 도보로 5분마다 정원이 생기는 것이다. 시는 생활 속 정원문화 정착을 목표로 '순천형 정원 표준 모델'을 내년까지 구축한다. 이와 연계해 오는 9월 50여개 정원을 전시.경연하는 '대한민국 한평정원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대회에서 발굴한 정원은 순천 곳곳에 만드는 100여개 미니 정원의 모델이 된다. 오는 10월에는 정원산업의 미래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도 국가정원에서 연다. 2018년 4월 세운 정원지원센터는 철쭉,만병초,수국 등을 순천의 특색을 가진 신품종으로 개발중이다.
2023년은 국제정원박람회 개최 10주기 해다. 순천은 그해 4월 두 번째 국제정원박람회를 개최한다. 사업비는 485억원. 허석 순천시장은 "국가정원이 도심 전역으로 확장하는 행사로 만들계다"며 "한평.도시.마을.식용.공동체 정원 등 시민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다양한 미니 정원을 토대로 '순천형 정원도시'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