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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4 조선비즈] '서울 면적 3분의3 공원부지 사라진다는데...야속한 일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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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19-05-15 11:17  조회 : 2,540회 

"서울 면적 3분의2 공원부지 사라진다는데…야속한 일몰제"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 입력 2019.05.14 09:41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 시점이 다가오면서, 전국 지자체들이 지역 도시공원의 토지 용도를 변경하고, 사유지를 사들이면서 공원 부지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에 따라 내년 7월부터 도시공원으로 용도를 지정해둔 채 개발하지 않으면 땅의 효력이 사라지게 돼 도시공원 부지로 지정됐던 땅들을 공원 이외의 용도로 개발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일몰제 적용으로 내년 7월 공원 효력이 사라지는 전국 도시공원 면적은 2017년 말 기준 367.7㎢이다. 서울 면적의 3분의 2쯤 되는 공원 부지의 효력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이를 앞두고 각 지자체가 용도 변경 등의 방책을 마련해 녹지를 지키고 공원 확충에 애를 쓰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지난 2월 1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도시공원 우선보상 대상 부지를 매입할 수 있게 긴급 예산을 수립하라며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각 지자체들에 따르면, 지역마다 도시공원 용도와 관리에 관한 결정 변경안을 공개하고 주민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거나 계획에 대한 주민의견 청취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의 경우 일몰제 적용으로 116개 공원의 95.6㎢ 땅이 해제될 예정이다. 이에 서울시는 내년 6월까지 우선 보상대상지 2.33㎢를 사들이고, 나머지 부지를 ‘도시자연공원구역’으로 변경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도시자연공원구역 제도는 국토계획법에 따라 자연을 보호하고 도시민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개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될 경우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경우 건축·용도 변경이 금지되고, 일몰 기한도 없다.

    노원구는 중계동 산30-20번지 일대 토지 보상 대상 면적 2만1207㎡를 ‘불암산 도시자연공원’으로 조성하려는 계획을 마련했다. 노원구는 이런 내용을 담은 안을 9일 열람 공고하고 주민 의견 청취에 나섰다.

    용산구는 올해 237억원을 들여 현재 꿈나무소공원(1412.6㎡)과 이촌소공원(1736.9㎡)이 있는 이촌동 땅 3149.5㎡를 매입할 계획이다. 이 공원 부지는 고승덕 변호사 측 회사가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일몰제로 풀리는 토지의 녹지를 지키고 공원 개발을 계속 추진하려는 취지가 깔려 있다.

    창원시는 성산구 가음정공원(86만4917㎡), 진해구 웅천공원(45만3295㎡), 의창구 용동공원(28만6788㎡) 등 9개 공원을 보전녹지 또는 준주거 지역으로 토지용도를 변경할 예정이다.

    창원시는 지난 8일 창원·마산 지역 공원 용도를 바꾸는 내용을 담은 ‘창원 도시관리계획 결정 변경안’을 공고하고 주민 의견 청취에 들어갔다. 기존에 ‘자연녹지’로 구분했던 용지를 ‘보전녹지’ 또는 ‘준주거지역’으로 바꾸는 게 핵심 내용이다. 즉, 땅이 자연녹지에서 해제됐을 때 사유 재산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지역 훼손을 최소화하고 녹지를 보전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려는 것이다.

    경주시도 도시공원 일몰제 적용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황성동 황성공원 안에 있는 사유지 9만9000㎡를 올해 하반기부터 사들일 계획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는 최근 이곳을 토지은행 공공토지비축 대상으로 선정했다. 황성공원은 신라시대 왕의 사냥터였고, 현재 산책로와 시민운동장 등으로 사용돼 왔다.

    경주시는 이를 지키기 위해 공원 안에 있는 사유지를 사들이고 공원을 확대 조성하는 계획을 추진해 왔다. 이에 따라 LH가 자체 예산으로 황성공원 사유지를 먼저 사들이고, 경주시가 5년 동안 나눠서 상환하게 된다.

    이처럼 지자체가 용도 변경에 나선 것은 일몰제 시행으로 풀린 녹지 등이 무분별하게 개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도시계획시설은 공원과 도로, 학교 등 도시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시설을 짓기 위해 지자체가 예정지를 지정하는 제도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땅을 매입하지 못해 장기간 방치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가 ‘사유지에 공원 등을 지정해 놓고 보상 없이 장기 방치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면서, 2020년 7월부터 공원 등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한 일몰제를 적용키로 한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공원 부지의 3분의 1인 115.9㎢를 ‘우선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지자체의 부지 매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지자체가 공원 부지 매입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면 국토부가 5년간 이자의 최대 50%를 지원하는 식이다. 지방채 이자율을 2.4%로 가정했을 때 최대 지원액은 7200억원이고, 지자체 여건 상 실제 지원액은 약 3300억원 규모로 추정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지 매입을 위한 예산과 보상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지역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의 예산 부담이 커지는 문제도 있지만, 공원에서 해제된 지역의 경우 공원으로서 기능이 안 되거나 여건 상 개발이 힘든 토지들도 많다"며 "이런 땅들을 지자체가 매입할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토지 소유주들도 사정마다 의견이 분분하다"며 "오히려 지자체가 땅을 사주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개발할 수 있도록 용도 제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지역마다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토지 소유주들은 수십년간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한편, 시민단체 등은 도시에 중요한 자연 녹지가 파괴될 상황에 직면했다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각 지자체 실무 담당자들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해 난개발을 막고 녹지를 보전할 수 있게 힘을 쓰겠다"고 말했다.